베스트셀러 / 아버지의 해방일지 / 정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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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 아버지의 해방일지 / 정지아

by 친절한김엄마 2022.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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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해방일지
아버지의 해방일지

 

안녕하세요 친절한 김엄마입니다^^

 

베스트셀러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빨치산의 딸로 유명한 정지아 작가가 32년 만에 쓴 장편소설입니다.

이 책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3일 동안 외동딸이 만난 문상객들과 아버지와의 얽힌 이야기들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또는 재미있고 유쾌하게 담아냈습니다. 

 

처음에는 사투리가 적응이 안 돼서 읽는 게 어려웠는데, 뒤로 갈수록 점점 사투리에 빠져들어 어느 순간 사투리를 찰지게 내뱉고 있었다는^^;; 

 

빨치산, 빨갱이로 보통사람보다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던 아버지는 죽음으로서 비로소 해방이 됩니다.

 

아버지의해방일지
아버지의 해방일지

 

▶ 아버지의 해방일지 ◀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강렬한 첫 문장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아버지가 활동했던 백아산의 아, 어머니가 활동했던 지리산의 리를 딴 외동딸 아리.

입만 열면 옳은 말하는 잘나고 똑똑한 양반.  또 한편으로는 잘나서 빨갱이 짓 하다가 집안 말아먹은 양반, 한마디로 고씨 집안의 자랑인 동시에 몰락의 원흉인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하나둘 아버지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35 동창들, 빨치산 동지들, 친척들, 동네 사람들에게 전해 들은 아버지 이야기는 내가 알고 있던 아버지가 진짜 맞는지 의구심을 들게 합니다. 

비록 빨치산으로 집안을 망하게 했지만 오죽하면을 내세운 오지랖으로 비록 손해를 보더라도 어려운 사람을 먼저 챙겨주고 도와주는 다정하고 정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아버지의 평생을 지배했지만 아버지가 빨치산으로 산건 고작 4년, 48년 겨울부터 52년 봄까지.

사회주의를 금기하고 세상으로 복귀할 수 없도록 막았던 탓에 아버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이 4년의 세월에 박제된 채 살아왔던 것입니다.

 

빨치산의 딸이라는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평생을 발버둥 치며 살아온 아리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그 무엇도 아닌 나의 아버지를 만나게 됩니다.


빨치산과 빨갱이를 이렇게 유쾌하게 담아낼 수 있다니.

뼛속까지 사회주의자인 아버지의 70년, 그 굴곡진 삶을 이렇게 솔직하게 풀어놓을 수 있다니.

웃다가 보면 가슴 찡한 먹먹함이 있고 그러다 보면 또 웃음이 있는 그런 블랙코미디 같은 책이었습니다.

▶ 책 속 문장 ◀

 

누구에게나 사정이 있다. 아버지에게는 아버지 사정이, 나에게는 나의 사정이, 작은아버지에게는 작은아버지의 사정이. 어떤 사정은 자신밖에는 알지 못하고, 또 어떤 사정은 자기 자신조차 알지 못한다.
"돈 좀 보내줄 수 있겄냐?"
삼천만원이나 이천만원 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얼마나요?"
"한 삼만원만 있으면 쓰겄다"
평생 그 이상의 돈을 써본 적이 없는 경험의 증거일까. 아니면 치매에 걸려서도 자식의 삶을 불안해하는 증거일까. 아버지는 난생처음, 자식에게 돈을 요구했다. 고작 삼만 원을. 자식이든 남이든 절대 신세 지지 않는다는 평생의 원칙을 깨뜨리게 만든 것이 고작 삼만 원.
고 봐라, 가시내야. 믿고 살만허제? 영정 속 아버지는 나를 비웃는 듯했다. 아버지는 언제나 인간을 신뢰했다.
또 그놈의 오죽하면 타령이었다. 사람이 오죽하면 그러겠느냐, 는 아버지의 십팔번이었다.
나는 아버지와 달리 오죽해서 아버지를 찾는 마음을 믿지 않았다. 사람은 힘들 때 가장 믿거나 가장 만만한 사람을 찾는다.
"........담배 친군디요"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여든 넘은 아버지의 담배 친구라니

"교복 입고 담배 피우다가 할배헌테 들켜가꼬 꿀밤을 맞았그마요. 양심 좀 챙기라대요. 최소한 교복은 벗고 피우는 것이 양심이라고......."

"붙으면 술 사준다고 해놓고........ 할배는 씨..........약속도 안지키고......"
아버지는 공부하자고 아이를 매일 졸랐다. 때로는 담배를 사주면서 구워삶았다.

"미용사 자격증 딸라고요. 할배가 자개 머리로 연습하라고 했는디.........쳇, 머리칼도 월매 없음시로"
아이가 또 쓱 눈물을 훔쳤다.
빛바랜 흑백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그 열기마저 식힐 듯 아버지의 청춘은 싱그러웠다.
"민족이고 사상이고, 인심만 안 잃으면 난세에도 목심은 부지허는 것이여"
"저 질이 암만 가도 끝나들 안 해야"
아, 작은아버지도 나처럼 이 길을 따라 떠나고 싶었구나. 떠나려고 이 길을 걸어봤구나. 그런데 왜 떠나지 못했냐고 나는 묻지 못했다. 묻지 않았다. 묻지 않아도 어쩐지 알 것 같았다.
그러나 어찌 됐든 가난하나 빨치산의 장례식에는 날고 기는 사람들의 장례식에도 없을 전복죽이 있다!
그 부모에게도 마땅히, 자식이 부모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듯 자식에 대한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해보지도 못했을 만큼 빨치산의 딸이라는 굴레가 무거웠다고, 나는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다.
"아니여, 나가 맹근 누룽지가 자네 것보담 시배는 크거든. 우리 아리가 누룽지라면 환장을 허잖애"
아닌디. 누룽지 안 줘도 아빠가 최곤디. 잠결에 중얼거렸고 아버지는 하하. 밤하늘이 시끌적하게 웃어젖혔다.
죽음은 그러니까, 끝은 아니구나, 나는 생각했다. 삶은 죽음을 통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부활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화해나 용서 또한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게 나의 아버지, 빨치산이 아닌, 빨갱이가 아닌, 나의 아버지.

 

▶ 정지아 작가의 작품 ◀

빨치산의 딸

고욤 나무

행복

숲의대화

자본주의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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